紙散Jisan

기록으로 지식을 세상에 퍼뜨리는 사람 — 구요한의 저자 블로그

이미 갖고 있었다 — 6명의 거인과 3일의 기록

수많은 서랍이 달린 팬트리 캐비닛에서 서랍 하나가 열려 빛이 새어 나오고, 앞 선반에 새싹 화분이 나란히 놓인 그림

발표회가 끝났다. 학부모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때 한 아버지가 마이크를 잡고 말씀하셨다.

"오늘 저는 여기 계신 6명의 거인 앞에 서 있는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예비 중1부터 예비 고1까지, 6명. 커맨드스페이스 사무실에서 3일간 함께한 'CMDS Process 기초교육'의 마지막 장면이다. 나는 지난 3년간 600번 넘게 강단에 섰지만, 이 3일이 가장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그 아버지의 말이 정확했다. 거인은 아이들이었다.


차돌짬뽕으로 시작한 이유

첫날의 이야기

첫날 오후, 아이들 앞에 섰다. 킥보드 사고로 4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이야기로 시작했다. 눈이 커지더라. "그래서 기록이 왜 중요하냐면" 하고 옵시디언을 열었을 때, 7,000개 노트의 그래프 뷰를 보고 한 아이가 "와"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다음 차돌짬뽕 퀴즈를 냈다.

냉면 + 울면 + 차돌짬뽕 = 면 요리. 짜장면 + 탕수육 + 차돌짬뽕 = 중화요리. 침착맨 + 단군 + 차돌짬뽕 = 유튜브 스트리머 별명.

같은 단어가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건 단순한 언어유희가 아니다. AI에게 질문을 던질 때 왜 맥락이 중요한지를 가르치기 위한 설계다.

그 전에 원숭이-바나나-팬더 퀴즈도 냈다. 두 가지 그룹으로 분류해 보라고. 동물 관점이면 바나나가 남고, 관계를 중심으로 보면 팬더가 남았다. 글자 수나 사용된 알파벳으로도 분류가 가능했다. 정답이 없는 퀴즈. 관점에 따라 분류가 달라진다는 것을 체득시키기 위해서다.

이걸 모르면 프롬프트 템플릿을 백 개 외워도 소용없다. AI는 우리가 제공한 맥락 안에서만 답을 생성한다. 차돌짬뽕을 면 요리 맥락에서 물으면 면 요리 답이 나온다. 중화요리 맥락에서 물으면 중화요리 답이 나온다.

첫날에 AI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의도적이었다.


무한의 팬트리

둘째 날 오전, 형혜지 선생님이 흑백요리사의 '무한의 팬트리'를 비유로 꺼냈다.

"우리가 글을 쓰려면 재료도 있어야 되고, 맛이라는 경험도 있어야 되고, 쓸 수 있다는 방법도 알아야 되는데... 놀랍게도 우리 안에 무한의 팬트리가 있어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눈빛이었다. "나한테 뭐가 있는데?"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루 종일 이야기해도 재밌는 게 뭐야?"

이 질문 하나로 팬트리의 문이 열렸다.

축구(세빈), 의식의 흐름(단우), 음악(현준), 지브리(사랑), 야구(시후), 체스(성령). 6개의 주제가 순식간에 나왔다. 문제는 팬트리에 재료가 없는 게 아니었다. 문을 열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480p에서 4K로

이번 교육의 핵심 철학은 '지식의 해상도'였다.

같은 풍경을 480p로 보는 것과 4K로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지식도 마찬가지다. "축구 좋아해요"는 480p다. "축구는 공간의 운동이에요. 삼각형 패스 라인으로 공간을 지배하는 게 핵심이고, 그 과정에서 끈기와 자기 반성을 배워요"는 4K다.

어떻게 해상도를 올렸을까? 오전 내내 펜으로 직접 썼다. 커맨드스페이스에서 개발한 학습 카드를 사용했다.

단어 브레인스토밍 — 주제 관련 단어를 100개 목표로 쏟아낸다. 일반 정의와 나의 정의를 비교한다. 사전이 말하는 축구와 내가 경험한 축구는 다르다. 유사 개념과 반대 개념을 찾는다. 축구의 반대는 개인 종목인가? 체스의 유사 개념은 장기인가?

이 과정을 거치면 희미했던 것이 뚜렷해진다. 480p가 4K가 된다. 그리고 이 4K 지식을 AI에게 건네면, AI도 4K로 답한다.

오후에야 비로소 AI를 열었다. 이 순서가 핵심이다. 내 생각이 먼저, AI는 그다음.

패들렛에 빨간색 카드(발표 내용을 전사한 대본)와 노란색 카드(AI 요약본)를 나란히 놓게 했다. 대본과 요약본을 함께 AI에 제공하고 "이 내용으로 만들어줘"라고 했을 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체감했다. "아, 내가 뭘 줘야 AI가 잘 만들어주는구나."


6명의 이야기

세빈이의 삼각형 — 축구와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세빈이(예비 중2)는 축구를 "공간의 운동"이라 정의했다. 삼각형 패스 라인으로 수학적 설명을 붙이고, AI 이미지로 만화까지 만들었다.

"AI한테 만화 그려달라고 하면 되지 않나요?"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세빈이는 달랐다. 아이패드를 붙잡고 대본을 먼저 썼다. 어떤 장면을 원하는지, 어떤 감정을 담고 싶은지를 디테일하게 적은 다음에야 AI한테 넘겼다.

이게 바로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다. 자기 생각을 명확히 정리해서 AI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 나는 성인 대상 강의에서 이 개념을 가르친다. 예비 중2가 3일 만에 스스로 터득했다.

발표 후 세빈이가 말했다.

"원래는 과정보다 결과를 우선시했는데요. 만화를 만들면서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깨달았어요. AI는 제대로 얘기를 해주지 않으면 원하는 것과 다르게 만들어줘서요."

세빈이 아버지는 교육 신청할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세빈이가 컴퓨터 앞에서 활동을 거의 안 하는 아이라서. "가서 경험이나 해봐"라는 마음이었다고.

3일 뒤, 발표회가 끝나고 세빈이 아버지가 일어서서 말했다.

"짧은 3일이라는 시간 동안 훌륭한 선생님들이 이 아이들이 갖고 있던 광활한 우주에 떠다니던 이야기들을 잘 모아서 풀어낼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주셨어요."

컴퓨터 앞에서 활동을 안 하는 줄 알았던 아이가, 안에서 그토록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구체화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 몰랐을 뿐이다.

단우의 수직선 —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단우(예비 중3)는 의식의 흐름을 주제로 골랐다. '네?'와 '네.'의 차이를 구분하는 섬세한 관찰력을 가진 아이였다.

단우는 의식의 흐름과 무의식의 흐름이 "완전히 반대가 아니라, 수직선 중심선 가까이 있는 반대쪽 면"이라고 표현했다.

나도 강의에서 기호학 얘기를 한다. 화이트와 블랙, 삶과 죽음처럼 반대 개념이면서도 연결되어 있는 관계. 단우는 그걸 책에서 배운 게 아니라 스스로 느낀 것이다. 예비 중3의 언어로.

현준이의 베토벤 — 엄마 잔소리와 음악의 정의

현준이(예비 고1)는 청주에서 서울까지 2시간 30분을 달려왔다. 2박 3일 합숙으로 전 일정에 참여했다.

현준이는 상황 맞춤 음악 추천 사이트를 만들었다. 기존 음악 추천 서비스의 문제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스포티파이도 유튜브 뮤직도 "당신이 좋아할 만한"이라며 비슷한 곡을 밀어넣는다. 유행과 동질화의 추천. 하지만 같은 노래도 새벽 3시 혼자 듣는 것과 친구들과 드라이브 중에 듣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 아닌가.

현준이의 철학은 이렇다. "노래는 상황과 자신의 취향이 맞을 때 가장 의미 있게 들린다."

그래서 검색 키워드로 기분이 아니라 상황을 입력하게 만들었다. '엄마 잔소리', '똥이 마려운데 화장실이 어딨지'. 이 키워드들은 AI가 생성한 게 아니다. 현준이의 일상에서 나온 것이다.

'엄마 잔소리'로 검색하면 베토벤의 클래식이 추천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현준이가 말했다고 한다. "엄마, AI 발전이 이렇게 빠른지 몰랐어." 그리고 엄마 잔소리를 들을 때 베토벤을 들으면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고.

현준이 어머니는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그 정도의 위로가 필요했군요. 앞으로 잔소리를 줄이고 응원의 말을 많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가 원한 건 잔소리를 멈춰달라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자기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말할 수 있는 기회였을 것이다. 음악 추천 사이트라는 결과물이 그 통로가 된 것이다.

그 전에 현준이가 했던 고민도 인상적이었다. 음악의 정의가 뭔지, 장르는 어떻게 나뉘는지, 어디까지가 음악이고 어디부터가 소리이며 어디서부터가 소음인지. 이 경계점들을 스스로 탐구하고 정의했다. AI가 대신 해줄 수 있었을까? 가능은 하겠지. 하지만 그랬다면 그건 현준이의 사이트가 아니라 AI의 사이트였을 것이다.

사랑이의 균형점 — 지브리, 디즈니, 그리고 숨겨둔 그림

사랑이(예비 고1)는 첫날 고른 키워드 카드가 '가벼운'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왔으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배우고 싶어서."

셋째 날, 사랑이는 지브리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PPT를 만들고, 인포그래픽을 디자인하고, 굿즈 기획서까지 완성했다.

사랑이가 지브리와 디즈니를 설명할 때 멈칫했다.

"지브리의 유사 개념은 디즈니예요."

그래, 둘 다 애니메이션 회사니까.

"근데 지브리의 반대 개념도 디즈니예요."

상업적 분류로는 유사하지만, 취향적 관점과 디자인적 밸류는 완전히 다르다는 통찰. 지브리는 아날로그 감성, 디즈니는 기술적 3D. 같으면서 다르다. 그리고 지브리 창업자의 AI 혐오라는 딜레마를 인식하면서도, "인간의 영역은 인간이 지키고, AI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는 자기만의 균형점을 찾아냈다.

사랑이 아버지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사랑이가 늘 방에 몰래 들어가면 자기 그림 그리는 걸 들키기 싫어했는데, 그 그림의 어떤 단초가 오늘 PPT가 아니었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몰래 그리던 그림이 커맨드스페이스에서 빛을 발한 순간. 들키기 싫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걸 꺼내놓아도 괜찮은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성령이의 체스 — 예비 중1의 웹앱 개발

성령이(예비 중1)는 체스를 "운의 요소가 배제된 완전한 정복 게임, 순수한 실력 대결"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Claude Code로 체스 웹앱을 만들었다. 예비 중1이.

강사인 나의 반응이 이랬다. "성령이는 1년 뒤에 쌤보다 더 잘하겠다."

한 학부모가 말씀하셨다.

"중고등학생인데 AI로 앱을 만들어봤다라고 하면 지금 우리나라에 상위 1%일 거예요."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상위 1%라는 게 핵심은 아니다. 핵심은 이것이다. 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리고 그 성취감은 "집에서 혼자 그런 거 해봐"라고 해서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성령이는 Vercel로 배포도 하신다.

시후의 두뇌 싸움 — 야구와 데이터

시후(예비 중2)는 야구를 "데이터를 가지고 싸우는 두뇌 싸움"이라 표현했다. 6명 중 가장 조용한 아이였지만, 야구라는 주제 앞에서는 막힘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팬트리의 문이 열리는 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시후에게는 야구가 그 열쇠였다.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특별했다. 운동을 좋아하는 시후와 아버지와는 달리, 야구에 관심이 없는 어머니를 위해서였다고. 우리 교실에도 야구를 모르는 셋이 있었는데 시후가 이야기를 구체화하는 것에 큰 고려사항이 되었다.

딸깍 하고 나오는 결과물이 아니었다.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생각이 담겨있었다. 그 깊은 마음과 배려에 경탄하는 순간이었다.


그럴싸한 쓰레기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 있다.

"내가 직접 타이핑하지 않고, 내가 읽지 않은 내용들이 내 지식 공간에 쌓이게 되면 혼란스러워져요. 다른 사람들이 그럴싸하게 모아놓은 말들은 그냥 그럴싸한 쓰레기예요."

과격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내 철학이다.

요즘 AI로 뭐든 만들 수 있다. 에세이도, PPT도, 심지어 책도. 몇 분이면 그럴싸한 문장이 쏟아져 나온다. 문제는 그게 내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있어 보이는 외양이 오히려 사고를 방해한다.

이 아이들의 결과물은 그럴싸한 쓰레기가 아니었다. 세빈이의 만화에는 "공간의 운동"이라는 자기만의 축구 철학이 담겨 있었고, 현준이의 사이트에는 "상황과 취향이 맞을 때 음악이 의미 있다"는 자기만의 큐레이션 기준이 있었고, 사랑이의 기획서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균형"이라는 자기만의 관점이 녹아 있었다.

AI가 확장해준 것은 맞다. 하지만 씨앗은 전부 아이들에게서 나왔다.

그래서 이것들은 그럴싸한 쓰레기가 아니다.


순서의 문제

이번 교육에서 가장 신경 쓴 것은 순서였다.

첫째 날. AI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분류 퀴즈로 맥락 인식을 훈련시켰다.

둘째 날 오전. 펜으로 직접 썼다. 단어 브레인스토밍, 일반 정의 vs 나의 정의, 유사/반대 개념 탐색.

둘째 날 오후. 비로소 AI를 만났다. 자기 생각이라는 재료를 갖춘 상태에서.

셋째 날. 발표했다.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을 보여줬다.

이 순서가 뒤바뀌었다면? AI 먼저 쓰고 나서 자기 생각을 정리했다면? 결과물은 비슷해 보였겠지만, 학습 효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도구 사용법을 가르치면, 도구가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 사고방식을 가르치면, 어떤 도구가 와도 적용할 수 있다. ChatGPT도 Claude도 내년에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맥락을 설계하는 능력은 어떤 도구가 와도 유효하다. Obsidian 화이팅.


배우는 속도와 가르치는 속도

작년 회고에서 썼던 고민이 있다. 배우는 속도보다 가르치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것.

AI 기술은 매일 새로워진다. 이걸 학습자에게 전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개념을 풀어야 하고, 맥락을 설명해야 하고, 실습 환경도 맞춰야 하고.

이번 교육에서 답을 찾았다.

아이들에게 "AI 사용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대신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같이 연습했다. 그랬더니 AI 활용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세빈이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대본을 먼저 썼고, 현준이는 음악의 정의부터 탐구했고, 사랑이는 지브리와 디즈니의 관계를 스스로 분석했다.

결과물 유형을 강제하지 않은 것도 효과적이었다. 만화, 에세이, 웹사이트, PPT, 웹앱. 6명이 6가지 다른 결과물을 만들었다. 유형의 자유도가 높을수록 몰입도가 높았다.


"몰라요"는 왜 생기는가

3일간 "몰라요"라는 단어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세빈이는 안에서 그토록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단우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자기만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었다. 현준이는 음악의 정의를 탐구하고 있었고, 사랑이는 방 안에서 몰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우리는 종종 아이들의 침묵을 "생각이 없다"로 해석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표현할 곳이 없다"일 뿐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생각해"라고 말하면서, 정작 그 생각을 꺼내놓아도 괜찮은 공간은 만들어주지 않았다. "틀려도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틀렸을 때 진짜로 괜찮았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이번 3일 동안 아이들이 "몰라요" 대신 자기 생각을 쏟아낸 건, AI 도구 덕분이 아니다. 꺼내놓아도 괜찮다는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록하는 습관

내 옵시디언에는 수천개의 노트가 있다. 킥보드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났을 때, 이 노트들이 있었을까? 그땐 옵시디언을 알지도 못했던걸. 나를 살린 것은 내가 사용하던 맥북의 파일들이었다. 내가 뭘 연구하고 있었는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는지, 모든 게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억이 흐릿해도 노트는 남아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같은 경험을 주고 싶었다. 지금 이 나이에 자기 생각들을 정리하기 시작하면, 10년 뒤 20년 뒤에 얼마나 큰 자산이 될까.

옵시디언을 알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이 나이에 이걸 시작하면, 전 세계 최초예요."

과장이 아니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중고등학생 때부터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단, 조건이 있다. 내 생각을 먼저 쓸 것. AI가 뭔가 그럴싸하게 만들어주기 전에, 내가 먼저 생각하고 정리할 것. 그게 그럴싸한 쓰레기와 진짜 지식을 구분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당신의 팬트리

이 이야기는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당신 안에도 무한의 팬트리가 있다. 수십 년간 축적된 경험, 취향, 관점, 실패, 성공. 이것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 머릿속에 흩어져 있는가? 아니면 정리되어 꺼내 쓸 수 있는 상태인가?

AI 시대에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속도가 아니다.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의 해상도를 높이는 능력이다.

6명의 아이들은 3일 만에 그걸 증명했다. 차돌짬뽕 퀴즈로 맥락을 인식하고, 무한의 팬트리에서 재료를 꺼내고, 480p를 4K로 올리고, AI에게 자기만의 맥락을 건넸다. 엄마 잔소리가 베토벤이 되고, 방 안의 그림이 발표장의 PPT가 되고, 축구가 수학이 되었다.

이미 갖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 교육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주간 온라인 코칭이 이어지고, 새롭게 옵시디언으로 지식 관리를 시작한다. 이런 기회가 일회성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누군가는 시작해야 한다. 나는 이미 시작했다.

팬트리의 문을 열어보자. 당신이 "하루 종일 이야기해도 재밌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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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요한. (2026). 이미 갖고 있었다 — 6명의 거인과 3일의 기록. 紙散(지산). https://jisan.cmdspace.work/posts/six-giants-three-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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